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내 인생의 한 부분
Q> 먼저 작가가 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어떤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A> 수채화 물감의 번지는 모습을 아주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이 후 막연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미대 진학을 하게 되었고 신진작가 공모 프로그램에서의 선정이 졸업 후에도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죠.
내게 있어 그림은 나만의 치유 과정
Q> 작품에서 주로 등장하는 오브제인 침대, 샹들리에, 욕조 등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다면?
A> 저는 간절하게 바라지만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강한 욕망에서 출발하여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간절함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욕망은 결코 완전히 충족될 수 없으니까요. 따라서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고, 또 함께 하고 싶은 대상들이 작품의 소재로 등장합니다. 침대, 샹들리에, 욕조 등은 단순히 집에 있는 사물이 아니라 안락한 사적 공간의 상징이자 욕망의 대리물로써 선택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토록 소유하고 싶은 사물들이 차갑고 외롭게 표현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실제로는 그들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런 감성을 표현하기위해서 색의 선택은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검은색과 푸른색 2가지 색을 주로 사용하여 모노크롬(monochrome:단색)으로 표현됩니다. 검정에 가까운 색채는 금욕, 절제, 죽음, 고요함과 무한함을 담고 있지요. 또한 욕조시리즈에서 사용하였던 푸른색은 욕실 가득한 습기, 물의 이미지, 우울하고 차분한 감정들이 어우러져 슬프면서도 냉정한 느낌이 드는 색채이지요. 검정과 푸른색을 지워낸 후 드러난 자리는 흰색에 가깝습니다. 감정을 지워낸 ‘텅 빈’자리이죠, 감정을 위로하는 진정제 같은 느낌이듭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움을 배제한 사물들을 표현하면서 이들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표현을 하고자했습니다.
단순히 ““그린다””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른 그림
Q> 작업의 표현방식도 그런 의도를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A> 그렇습니다. 지워내면서 드러내는 역설적인 표현과정은 앞서 말씀드린 작품의 의미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그린 침대나 욕실, 샹들리에를 보시고는 하얀 색깔의 유화물감을 사용하여 그렸다고 생각을 하십니다. 또는 사진작업이거나 극사실화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제 작업은 단색으로 배경을 두껍게 칠한 다음, 물감이 마르기 전에 기름을 적신 붓으로 캔버스의 표면을 닦아내면서 형태와 깊이를 완성합니다. 물감을 기름으로 많이 지워내면 지워낼수록, 캔버스 바탕의 흰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죠.
대상은 실제와 닮은 허상일 뿐이므로 따로 드로잉이나 스케치를 하지 않고 곧바로 캔버스 위에서 물감을 지워내며 사물을 재현합니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한 작품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작품이 시작되면 작품 곁을 떠나지 않고 집중해서 작업을 하지요.
두꺼운 배경색을 기름의 붓질로 지워가면서 표현하는 방식은 화려하고 세속적인 물성에 대해 가지는 현대인의 욕망, 그것들의 절제와 조절,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치유 과정의 의미를 가집니다.
또한 제품의 형태적 라인이 살아있지 않고 필연적으로 뭉겨져서 드러나고 흘러내리기도 하는 저의 표현방식이 이런 세속적인 소재들에 대한 무상함과 허무함 등을 표현하는 저만의 방식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기름이 가지는 의의
Q> 작가의 작품 속에서 욕망의 제거 기능을 하는 ‘기름’이 가지는 또 다른 의미는 무엇입니까?
A> 변형의 기대감이 있습니다. 기름은 건조되는 최소 3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공기로 마나 끊임없이 캔버스 위를 움직이면서 교감과 반응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작업을 완성하고 붓을 놓았을 당시의 느낌과 수 개월이 지난 후에 작품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이 차이가 나지요. 심지어 색감도 변합니다. 그 부분이 제겐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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